상세정보
풀베개

풀베개

저자
나쓰메 소세키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21-02-19
등록일
2021-06-2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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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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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일본 근대 문학의 혁신을 꿈꾸다, 나쓰메 소세키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풀베개》(책세상문고?세계문학 028)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소세키는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자연주의가 세력을 얻던 당대의 일본 문단에서, 독특한 미의식과 유머러스한 문명 비판으로 독자적 위치를 확립한 것은 물론, 2001년〈아사히신문〉에서 실시한 ‘지난 천 년 동안의 일본 문학 작가에 대한 독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후 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폭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세키의 작품에서 줄곧 나타나던 문명 비판은《풀베개》에서도 계속된다. 또한 《풀베개》는 하이쿠나 한시, 그림 등을 차용하는 장르적 시도와 함께 작품 전체에 걸쳐 자연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수법으로 동양적 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세키는 당시 잡지《신소설》의 평론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소설은 천지개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입니다……그것이 일본에서 나왔다는 것은 우선 일본 소설계에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라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냈다. 또한 이 작품은 인간세상의 이해(利害)나 인정(人情)을 벗어난 듯한 한적한 산간 마을에 머무르면서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화가의 모습을 통해 소세키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감각적이며 서정적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가 화가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화가란 평범한 자연이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의 시선에 여과된 세계의 모습은 일상적인 세계와 다르게 작품의 회화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양갱에 대해 “겉이 매끈하고 치밀한데다가 반투명한 속에 광선을 받아들일 때는 아무리 봐도 하나의 미술품이다”라고 표현하거나, 동백이 지는 모습을 보고 “또 하나 큰 송이가 피를 칠한 사람의 혼백처럼 떨어진다”라고 묘사한 부분은 세심한 관찰력과 탁월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예다.
이렇게 시적인 문체는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온천이나 사찰과 고미술품, 다도, 샤미센 등의 소재와 어우러져 동양적인 풍류를 자아내고, 독자로 하여금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런 이유로 풀베개는 하이쿠적 소설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3. 비인정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인정
염세적이라는 측면에서 다분히 작가 소세키를 닮은 인물인 화가는 현실 도피적인 수단으로 비인정한 공간을 찾아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곳에서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주인공 나미는 소설이 발표되던 당시로서는 다른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개성적인 인물로 소설의 흐름을 주도한다.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과장된 소문에 둘러싸여 미치광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지만, 특유의 재기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독자를 사로잡는다. 또 자신의 이발 솜씨에 대해 터무니없는 확신을 가진 이발사나, 고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면서도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노인처럼 개성적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연민을 자아낸다.
이 소설에서 소세키는 현실을 벗어난 제3자의 입장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자신의 예술관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작품 후반부, 오랜만에 마을 밖으로 나온 화자가 현실세계에 끌려나온 것을 느끼며 전개하는 기차론(汽車論)은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20세기 초에 이미 근대 문명의 어두운 면에 공포감을 느낀 소세키의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나는 기차의 맹렬한,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하며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객차 속에 갇힌 개인과, 개인의 개성에 추호의 주의도 베풀지 않는 이 기차를 비교하여, 위험하다, 위험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4.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아와 소세키의 나미
소세키는 작품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한 사상가, 문인, 화가들의 작품을 논하고, 직접 하이쿠를 짓거나 한시와 영시를 인용한다. 여러 예술론을 섭렵하면서, 그에 동의를 표하거나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예술관을 펼쳐 보이고,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면서 서사의 맥락과는 무관한 문장 자체의 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점은《풀베개》의 화가가 그리려는 그림이 밀레의〈오필리아〉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 희곡〈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한 것이 밀레의 그림인 데 비해, 소세키는 여주인공 나미를 비인정한 모습으로 재해석하려 한다. 동백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여인이 영원히 물에 떠 있는 느낌, 인간을 떠나지는 않으나 인간을 초월한 영원이라는 느낌, 즉 비인정의 경지를 그리려는 화가의 노력은 작가 소세키가 문학을 통해 이루려 했던 것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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