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올레길을 걷다
'퇴직하고 올레길을 걷다'는 작가가 30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고 2022.5월 중순부터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쓴 매일 매일의 감상문이며, '퇴직하고 해파랑길을 걷다'에 이은 두 번째 로드 에세이다. 올레길을 걸으며 느낀 인생 2막의 방향과 용기에 대한 담담한 얘기를 담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러 가는 것이다.'
여행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언이며 올레길을 걸은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익숙한 것으로부터 일부러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가지려면 눈만 크게 뜰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도 열어야 한다. 아름다운 풍광만 눈에 담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오히려 생각과 편견은 단단해지고 자만심만 넘쳐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여행할 기회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과 좋은 호텔, 맛있는 음식이 좋은 여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여행은 자신을 변화시킨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마음을 넓혀준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흥분되고 설레며 돌아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을 불러온다. 770km 해파랑길을 다녀왔어도 다시 올레길을 걷고 싶었던 이유다.
제주도 남쪽 끝에 가면 바다가 막아서는 절벽 끝에 서는 특별한 경험과 함께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그 푸른 바다만 보고 돌아선다면 뭔가 허전함을 느낄 것이다.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부딪치는 파도는 바다로 한 걸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되돌아서게 만든다. 끝에 선 경험과 용기를 가지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가라고 말을 하며, 끝까지 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끝에 영원히 있을 수 없다는 인생의 길을 가르쳐 준다. 버리고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슴속 깊이 불어 넣는다.